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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악당'된 대한민국.. "한국인 식량난민될 가능성 높다"
"뜨거워진 지구, 기후위기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위험 될 것"
CAIND

'기후악당'된 대한민국.. "한국인 식량난민될 가능성 높다"

권혜숙 입력 2020.07.27.

 

[인터뷰 사이-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뜨거워진 지구, 기후위기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위험 될 것"

▲     © CAIND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위기가 눈에 보일 정도가 되면 제어불능, 파국으로 들어간다”며 “위기에 대처할 시간이 10년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장마 이야기로 시작한 인터뷰가 식량 위기, 경제산업구조 개편, 불평등과 세대 간 정의의 문제, 정치를 통한 시스템 개혁까지 뻗어나갔다. 권현구 기자

 

최근 한 달 동안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 소식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중국 남부를 휩쓴 홍수, 시베리아의 38도 폭염, 일본을 덮친 물폭탄, 미국의 괴물황사… 국민일보 기사들 중 하나에는 ‘뜨거워진 지구의 역습’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조천호(59)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와 계속되고 있는 장마, 그 뒤에 찾아올 폭염, 세계의 기상이변을 낳은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 전 원장은 국립기상과학원 시절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20년 가까이 기후변화를 연구하며 활발한 대중 강연을 통해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도 장맛비로 부산 등지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웃인 중국과 일본은 폭우 피해가 심각하다. 방글라데시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아시아의 장마는 단순히 비가 많이 오는 걸 떠나 생존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아시아는 ‘아시아몬순’이라 부르는 여름철에 한꺼번에 내리는 비로 35억명의 인구가 농사를 지어 먹고 살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비의 양과 내리는 시기에 변화가 일어나면 곡물 생산량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폭우 이야기를 시작하니 바로 기후위기와 식량 위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작년 초 호주에서 안보 전략가들이 쓴 기후 보고서가 나왔다. 거기 참여한 연구자들이 토론한 게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아시아의 강수량에 일부 변화만 생겨도 몇억명이 기아에 시달릴 수 있다. 아시아인들이 호주로 비행기나 배를 타고 오면 호주 군대는 어디부터 이들을 막아야 하며, 누구를 받아야 하는가.’ 과학자들이 아니라 안보 전략가들이 기후 보고서를 쓴 이유가 그런 거다. 어떤 면에서 당사자가 되는 우리는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데, 호주는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 미국 안보 연구소들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런 점검을 해오고 있다.”

 

-우리가 식량난민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가 가장 무서운 게 식량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됐든 코로나19가 됐든, 그래도 먹고 살지 않나. 그런데 마트에 갔더니 먹을 게 없더라, 이건 계산이 불가능한 위험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한 자원과 에너지, 식량 이 모든 것을 외국에서 들여오는 나라다. 지금은 투발루나 방글라데시처럼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위기의 피해를 보고 있는데, 산업화된 나라까지 번지면 우리가 가장 먼저 얻어맞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회복된다는 걸 전제로 하지만, 기후위기는 일단 우리 눈앞에 드러나면 가속화되고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위험과는 전혀 다른 위험이다.”

 

-그런데 이번 장마 동안 기상청 예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에서는 날씨 예보가 틀렸다는 얘기가 드문데, 동북부 지방에서는 예보를 비난하는 기사가 자주 나온다. 예보 기술 수준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예측 불확실성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륙을 지나온 공기가 서해에서 바다를 만나 급격히 변하는 경향이 있어서 예측이 더 어렵다. 현재 예보 수준은 특정 시점과 특정 지점의 날씨를 맞출 수 없다. 그래도 예보가 없는 것보다 있을 때 이익이 크기 때문에 예보는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날씨 예측력은 유럽연합과 영국에 이어 일본‧미국과 함께 세계 3~6위권에 속한다. 우리처럼 세계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나라도 13곳에 불과하다.)”

 

▲     © CAIND

중국과 일본,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아시아 곳곳에서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일본 규슈 지역 후쿠오카현 오무타무라에서 자위대원들이 고무보트로 주민들을 구조하는 모습. AP뉴시스

 

-장마가 끝나면 8월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돼 7~13일 정도 폭염이 있을 거라고 한다.

“언론에서 ‘50년 만에 한 번, 100년에 한 번 오는 폭염’ 이렇게 보도하곤 했는데, 이제 매년 그런 기사가 나온다. 온실가스를 전혀 줄이지 않는 시나리오에서 2030년이 되면 여름철엔 항시적인 폭염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기후학자 입장에서 무서운 상황은 폭염으로 습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폭염이라면 온도만 생각하는데, 습도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바다에서 증발이 많이 일어나 습도가 높아진다. 열대야도 습도 때문에 밤에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기온은 습도를 고려하지 않은 온도고,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습구온도’가 따로 있다. 습구온도가 35도를 넘게 되면 피부에서 증발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체온조절이 불가능해져 대여섯 시간밖에 버티지 못한다.”

 

-현재 습구온도는 어느 정도인가.

“평상시에 습구온도가 35도를 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굉장히 온도가 높은 상황인데 장마전선이 걸려 있다거나, 태풍이 지나가면서 습기를 확 공급하는 날이 1년에 2~3일만 돼도 그 지역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된다.”

 

-지구온난화로 2080년이면 한반도의 60% 이상이 아열대 기후에 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주도와 남부 해안지방까지 아열대에 들어선 상태다. 지금 서울 평균 기온이 1940년대 대구 기온과 거의 같다. 그만큼 굉장히 빠르게 기후대가 북상하고 있다. 지난 100여년을 분석해 보면 여름이 한 달 정도 늘었고, 겨울은 한 달 정도 줄었다.”

 

-한반도는 아직까지 기후위기의 피해가 두드러지는 곳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연의 변동성 자체가 큰 나라다. 여름과 겨울 기온차가 50도나 되고, 하루 일교차도 20도씩 되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 남유럽처럼 약간 건조하고 기후가 일정한 곳을 살기 좋다고 하는데, 그런 곳들이 계속 가뭄과 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호주는 얼마 전 산불이 7개월 동안 계속됐는데, 자연의 변동폭이 적어서 기후변화의 신호가 뚜렷하게 먼저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이보다는 늦게 기후위기의 신호가 드러날 것이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이 기후변화가 체감되지 않기 때문 아닐까.

“눈앞에서 바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측면은 기후위기는 우리가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많이 썼기 때문에 나타난 건데, 오늘날 문명의 성장은 화석연료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결국 지금의 기후위기는 우리 문명이 성공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우리가 잘 살아보겠다고 달려들다가 일어난 이율배반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왔던 풍요로운 삶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기후 관련 이슈는 미세먼지였다. 강연에서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이라고 했다. 불량배에 괴로워하면서 정작 다가올 핵폭탄은 못 보고 있다는 건가.

“미세먼지는 건강을 안 좋게 만드는 위험인데, 위험 자체가 단순하다. 반면 기후위기로 기온이 상승한다는 건 단순히 더워서 살기 힘들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붕괴되는 어마어마한 위기다.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붕괴되면 가뭄으로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지가 물에 잠기면서 우리의 생존 근거가 무너진다. 미세먼지와 같은 레벨에 놓을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는 발생된 지 하루나 이틀 만에 햇볕과 반응해 없어진다. 오래 남아봤자 최대 5일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100년 이상 대기 중에 남고, 일부는 1000년 이상 누적된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우리 세대의 문제이지만 온실가스는 다음 세대에게 위험을 넘겨버리는 거다.”

 

-세계 정상들 앞에서 “우리 미래 세대를 실망시킨다면 당신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연설했던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성난 얼굴이 생각난다.

 

“우리 세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자동차를 타고 공장을 돌려서 여러 가지 편익을 봤지만 다음 세대는 그렇지 않다. 위험의 원인 제공자와 위험을 처리해야 되는 세대가 다르다는 게 문제인데, 다음 세대가 이 상황을 알게 되면 다들 툰베리처럼 성난 얼굴이 되지 않겠나.”

▲     © CAIND

 

2019년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생태계 전체가 붕괴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하는 이야기는 오로지 돈과 영구적인 경제 성장에 관한 동화 같은 얘기 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기후 변화에 대해 격정적인 연설을 한 16세의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 페이스북 캡처

 

기후위기를 말하면서 지구 평균 온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구 평균 온도는 지난 1만년 동안 4도가 올랐는데, 산업화 이후 100년 새 1도가 상승했다. 인간이 자연보다 25배 빠르게 지구 온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2도 이내로 유지하기로 했고, 195개 국가가 동참했다. 그런데 2018년 인천 송도에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모인 제48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에서 2도도 위험하다며 상승 제한폭을 1.5도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에 따라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이고, 2050년이 되면 화석연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 전 원장은 “1.5도라는 숫자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사람도 정상 체온보다 1.5도 올라가 38도가 되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1도가 올랐으니 허용할 수 있는 지구 온도 상승폭이 겨우 0.5도 남았다.

“0.5도를 넘는다고 바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건 아니다. 지금은 매일 기상이변 소식을 듣지만 하루하루의 삶이 기후위기로 고통스럽지는 않다. 폭염을 경험하거나 어디서 홍수가 났다, 산불이 났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이게 기후위기 때문이래’, 그렇게 감지하는 수준인데 이게 전조현상인 것이고, 여기서 0.5도가 올라가서 1.5도 이상이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위험이 드러난다. 항시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0.5도가 더 올라가 2도 이상이 되면 지구가 회복력을 잃는다. 그때는 지구가 스스로 기온을 올려 전혀 겪어보지 못한 기후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8년 IPCC 총회에서 1.5도를 돌파하는 시점이 2040년 전후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확률상으로 2035~2045년이 될 거라고 보는데, 그게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2주 전 세계기상기구가 앞으로 5년 이내에 1.5도를 넘을 확률이 24%라고 발표했다. 어떤 해는 평년보다 높고, 또 어떤 해는 평년보다 낮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데 5년 내에 한 해 정도 1.5도를 넘을 수 있는 확률이 그렇다는 거다. 기후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명백해지고 강화되고 빨라지고 있다.”

▲     ©CAIND

기후위기를 커버 스토리로 다룬 지난 20일자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 표지. ‘ONE LAST CHANCE’,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을 붙였다. 2020년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내용을 다뤘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우리는 기후위기를 인식한 첫 번째 세대이자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말했다. 타임 홈페이지 캡처

 

-너무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 것 아닌가.

“기후과학자들은 보수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 가지고 예측하기 때문에 그렇다. 북극의 동토지대는 대기보다 탄소량이 두 배가 더 많은 탄소덩어리다. 지구가 뜨끈뜨끈해져서 동토가 녹으면 탄소가 배출될 것이고, 그러면 지구 온도가 더 올라가고, 그러면 더 많이 녹게 될 것이다.

 

해수면도 현재 추세대로면 이번 세기 말에 1m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는데, 그건 입안에서 녹는 사탕처럼 빙하가 차분하게 녹는 경우로 계산한 거다. 사탕을 깨물면 더 빨리 녹듯이 빙하가 깨져서 녹는 경우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녹을지 계산하지 못한다. 이렇게 정확하게 계산 못하는 부분들은 다 빼놓고 예측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를 이야기한 게 30년이 넘었는데, 현재 관측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예상했던 것 중에 가장 극단적이고 안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악당(climate villain)’으로 불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대기 질은 OECD 36개국 중 35~36위, 기후변화대응지수는 61개국 가운데 58위…. 거의 모든 지표에서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악당은 국제 시민단체들이 정하는 건데, 평가를 했다 하면 딱딱 걸려 들어가는 게 대한민국이다. 이명박정부 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성장을 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늘렸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정도 사는 나라들은 대체적으로 화석연료 소비를 줄였다. 그런데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전자공업이 세다고 해도 산업구조 자체가 중화학공업 중심이다. 경제성장에 매달리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해야 되고, 중화학공업도 유지해야 되고. 다른 나라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상당한 전환을 이뤘는데 우리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과 그린 뉴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 중에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겠다는 나라는 없다. 유럽 대부분은 지금 가동하고 있는 것도 10년 이내에 완전히 닫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우리는 앞으로 10년 안에 석탄발전소 7개를 짓고 다른 나라(인도네시아·베트남)에까지 짓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면서 단 한 번도 가치 있는 일에 리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린 뉴딜도 눈치 보면서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유럽과 미국의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소라는 두 가지가 같이 맞물려 있다. 한국의 그린 뉴딜은 경제성장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그나마 그린 뉴딜이 이제 겨우 국가 의제 안에 들어왔으니 녹색성장처럼 오히려 자연만 파괴하다가 끝나게 될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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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마켓 포시스,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등 9개 국제 환경단체들이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전력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전면광고를 실었다. 마켓 포시스 페이스북 캡처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소의 연계성을 설명하면.

“전 세계 음식물의 3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물건들도 대부분 쓰레기장으로 갈 신세다.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라는 순환구조를 끊어야 한다. 대량생산을 하려면 지구로부터 원자재와 에너지를 착취해야 되고, 대량 소비 후 온갖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지구에 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부족해서 결핍이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과잉인 상황이다. 불평등은 우리가 아끼고 나눠서 해결해야 되는 문제다. 전 세계에서 상위 8명이 하위 50%보다 많은 부를 가지고 있고, 온실가스도 상위 10%가 절반을 배출한다.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우리 산업계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을 그대로 따르면 최대 13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럼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이 미래의 생존을 보장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선진국과 메이저 자본들은 이미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애플은 자신들이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을 쓰는 것은 물론 공급업체들에도 부품을 재생에너지로 제조하지 않으면 납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인터뷰 후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아이폰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물건이 제조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썼다면 탄소세를 때리겠다고 했다. 제품에 그런 세금이 얹히면 우리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탄소세를 얻어맞으면서 철강 제품 수출이 가능할 거라 보는가. 유럽은 탄소세를 통해서 결국 자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텐데, 뒤따라가는 우리 입장에서는 사다리를 걷어차이게 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기후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국가 경제에 타격이 되는 상황이 올 거라는 건가.

“전 세계의 추세가 그러니 수출 국가인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가격이 85% 떨어졌다. 100원 하던 게 15원이 됐다는 건 모든 기술이 여기에 집중되고 엄청난 산업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다. 앞으로 10년 안에 50% 더 떨어질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에너지 생산방식도 재생에너지를 능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기존 산업 구조와 과거의 발전 방식을 유지한다면 경쟁력은 전혀 없을 거다. 산업 구조를 바꾸는 건 노동자가 아니다. 위정자가 됐든 사업주가 됐든, 리더들이 바꿔줘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들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면서 과학기술이 환경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다.

“공학이 현대 문명을 건설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지구 전체를 상대로 한 기후문제는 만만치 않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 화산재가 성층권 10㎞ 위까지 올라갔다. 그 후 2년 정도 화산재가 햇빛을 가려 지구 온도가 0.5도 떨어졌다. 과학자들이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비행기를 성층권으로 올려서 먼지를 좍 뿌리면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만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강수량과 다른 것들도 변화를 시키는데, 그게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거다.

이산화탄소를 원자력 폐기물처럼 발전소에서 바로 포집해 묻어버리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불가능했다. 공학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공학으로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없다.”

 

-환경운동가들은 대개 절제와 검소를 강조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에어컨을 적정온도로 켜고, 채식을 하라는데, 편리함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개인의 감수성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는 나만 바뀌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나를 바꾼다는 개인의 윤리가 증폭되는 게 바로 정치다. 지금은 정치가 왜곡돼서 나쁜 것, 더러운 것,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저는 정치가 우리가 함께 어떤 세계를 믿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믿는 가치를 법으로 만들어주고 집행할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해 말하는 정치인이 드물다.

“정치가도 우리가 만들어내고 키워야 한다. 정치인들은 많은 사람이 믿는 가치를 따라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물질과 성장에 매달려 있으니까 성장도 시키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매번 경제 성장시키겠다고 이야기하고, 우리는 또 거기에 표를 주는 악순환이 된다.”

 

-기후위기에 대해 읽고 듣다보면 상황은 긴박한데 온실가스 감축은 불가능해 보여 비관론으로 흐르기 쉬울 것 같다. 기후우울증이라는 병명도 있는데, 희망은 있는 건가.

“기후변화는 빨리 돌이키면 돌이킬수록 우리한테 충격이 적은데, 저도 앞이 깜깜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통해서 나의 삶과 우리 사회가 지금 이대로 가도 되는지 되돌아보고 새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 성경에서 말하는 회심과 회개이고, 우리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분명히 희망이 있다.”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방재안전관리사 마스터 - 이태식 박사@Caind2020 07 27

GNDR 한국대표, 한국방재안전관리사중앙회장, 최고경험관리자

▲     © CAIND

 


 
기사입력: 2020/07/27 [08:42]  최종편집: ⓒ kds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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